본문 바로가기
드라마

[넷플릭스] 원 데이 (ONE DAY, 2024) : 수십 년에 걸친 사랑 이야기

by 리리아. 2024. 3. 11.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데이비스 니콜슨 원작 "원 데이 (ONE DAY)"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넷플릭스 드라마.  앤 해서웨이와 짐 스터게스가 출연하고 2011년에 개봉한 원데이와 동일한 원작을 가져와서 만든 시리즈. 이미 내용을 알고 있고 영화를 재밌게 봤기 때문에 그 기억을 간직하고 싶어서 넷플릭스에서  보고도 선뜻 손이 안 가기도 했고 감정적으로 힘든 내용인 걸 알기 때문에 보기 적당한 날을 기다리다가  손이 가는 어느 날 보기 시작했다. 신경써서 고른 티가 나는 예쁜 배경과  안정적이고 좋은 연출에 원작이 가진 탄탄한 스토리가 더해지고 익숙한 배우들은 아니지만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 보기를 망설였던 내가 왜 그랬나 싶을 정도로 드라마가 좋고 만족스러웠다.

 

 

"원 데이"는 덱스터 메이휴 (리오 우돌) 와 엠마 몰리 ( 암비카 모드) 가대학교 졸업 파티에서 만난 1988년 7월 15일부터 2007년 7월 15일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1년 간격으로 매년 7월 15일 (세인트 스위딘스 데이) 의 두 사람의 하루를 시간 순서대로 담고 있다. 1년 단위로 딱 하루를 담는 전개방식이 꽤나 독특해서 그렇게 오랜세월을 매년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반면 캐릭터들에게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순간이 대사로만 나오는 경우도 있어서 감정선을 상상해야 하는 때도 있다. 물론,  드라마에 나오지 않아 눈으로 보지 못한 부분에 대한 아쉬움은 물론 있지만, 보지 못한 부분을 상상할 수 있고 여백의 미를 즐길 수 있는 훌륭한 장치이기도 하다.  연속성이 있으면서도 떨어지는 부분이 있지만 전혀 전개가 어색하지 않고 감정선을 쭉 이어가는 부분이 원작과 대본의 탄탄함을 느낄 수 있다 

 

 

오랜 세월 동안 덱스터와 엠마의 성장과 함께 둘의 사랑인 듯 우정인 듯 썸인 듯,  우정이라는 이름을 방패로 호감을 감추는 등  사랑과 우정 그 어딘가의 감정선을 메인으로 다루고 있다.  드라마의 긴 러닝타임을 바탕으로 감정선을 딥하게 담고 있다. 영화 "원데이"와 비교하자면 드라마가 러닝타임이 더 길기 때문에 매년 하루하루를 조금더 길게 깊게 다룰 수 있어서 캐릭터들의 하루를 더 세세하게 다룰 수 있고 그로 인해 서사가 더 자세하다. 덕분에 감정선이 급하지 않고 느긋하게 즐길 수 있다. 아마도 영화를 보면서 이런 부분에 아쉬움을 느낀 사람이 이 드라마를 본다면  충분히 만족할 것 같다. 감정선을 충분히 다루기 때문에 캐릭터들 이야기에  더욱더 감정이입이 잘 되고 캐릭터들이 더 분명하고 살아나는 느낌을 받았다.

 

 

덱스터 메이휴는 내가 그동안 작품에서 본 후회남주의 가장 끝판왕이 아닐까 싶은데 드라마에서 더욱더 그 모습이 절절하게 와닿았다. 덱스터를 연기한 배우인 리오 우돌은 개인적으로 처음 보는 배우이지만 너무 연기를 잘해서 놀랐다. 덱스터가 워낙에 캐릭터가 다채로워서 연기하기 까다로운 캐릭터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그 캐릭터 매력을 다 살리면서도 절망 속에서 절절하게 우는 장면들은 가슴을 저릿하게 만들었다.  방황하는 20대, 엄마의 죽음으로 힘들어하는 모습, 엠마에게 끌리면서도 선뜻 고백하지 못하는 덱스터 성격 표현이나 부모님 집에 방문했다가 공중전화로 엠마를 찾는 장면이라던가,  엠마를 보내고 절절하게 괴로워하는 모습이라던가..  덱스터 그 자체였다. 

 

 

"원데이"의 결말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데 "원데이" 결말은 알고 보아도 충격적이고 참으로 먹먹하고 아프다. 내용을 알면서도 역시나 드라마를 본 후에도 후유증과 여운이 오래갔다.  성장의 속도가 맞지 않고 계속 타이밍이 어긋났던 두사람이 이해가 되면서도 안타깝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후 행복 끝에 찾아온 결말은 참으로 가혹하다.  하지만 그런 결말이기에 오래 잊혀지지 않고 더욱 진하게 여운이 남았고 작품을 본 뒤에 너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고 내 인생마저 돌아보고 곱씹게 만드는 엔딩이 아닐까 싶다. 가슴 아프지만 이 엔딩이기에 이 작품이 완성되는 느낌도 받았다. 

 

 

 

드라마 속에서 엠마가 친구의 결혼식에서 축사로  "위대한 유산"에  나오는 한 구절을 읽는다. 


 

"인생에서 어떤 하루가 빠져 버렸다고 상상해 보라. 그렇다면 당신의 인생이 어떻게 달라졌을지 잠시 생각해 보라.  철과 금, 가시와 꽃으로 된  현재의 그 긴 쇠사슬이 당신을 휘감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것을 그 잊지 못할 중대한 날에 첫 고리가 형성되지 않았더라면 말이다. "


 

누군가의 인생에서 그냥 평범하게 스쳐지나갔을 어느 하루, 지나고 보니 너무나 소중했던 어느 하루. 인생에서 소중한 어느 하루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드라마 원데이.